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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Colection Summe 2026

Point of View

2026. 06. 23 TUE - 08. 08 SAT

김춘수, 닉 슐라이커, 사이먼 몰리, 서승원,
서용선, 오상택, 유현경, 전원근, 최인아

우리는 흔히 그림 속 풍경이나 인물, 색채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나의 작품을 마주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상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본 누군가의 시선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같은 세계를 마주하더라도 무엇에 주목하는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생략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Point of View》는 서로 다른 세대와 배경 속에서 작업해온 아홉 명의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다. 구상과 추상, 회화와 사진을 넘나드는 이들의 작업은 도시와 인간, 기억과 감정, 색과 형태, 물질과 이미지 등 서로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다. 각기 다른 관심과 태도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하나의 시선으로 수렴하기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계를 비추며 다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김춘수(b.1957)는 붓 대신 손을 사용해 물감을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며 회화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이어간다. 화면 위에 축적된 시간과 신체의 움직임은 물질적 흔적으로 남아 단색의 표면 너머에 깊은 울림을 형성하고 물질과 감각이 만나는 회화적 경험을 제안한다.

색면추상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닉 슐라이커(b.1988)는 색과 형태, 물질의 관계를 탐구한다. 여러 겹의 안료와 젤을 쌓아 올린 화면은 미묘한 깊이와 공간감을 형성하며 개인의 기억과 정서에서 비롯된 색채는 화면 속에서 모호한 환영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텍스트가 주요 소재인 사이먼 몰리(b.1958)의 작업에서 텍스트와 이미지가 중첩된 화면은 문자와 이미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언어적 의미에 앞서 회화를 하나의 감각적 대상으로 경험하게 한다. 작품 속 문자들은 읽혀지기보다 보여지며 관람자로 하여금 화면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발견하도록 이끈다.

서승원(b.1941)은 '동시성'의 개념 아래 색과 형태, 공간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하는 회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부드러운 색면과 단순화된 형태가 빚어내는 고요한 균형은 절제된 조형 언어 속에서 사색과 명상의 자리를 마련한다. 그것은 서승원이 견지해온 '거름'의 과정이 화면 위에 남긴 결과이기도 하다.

서용선(b.1951)은 특유의 표현적인 붓질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해오고 있다. 도시, 역사, 풍경, 자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을 다루면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관심을 일관되게 이어왔다. 특히 1986년부터 이어온 단종 작업은 역사화로서의 재현을 넘어 역사 속 인간의 조건과 삶에 대한 질문을 오늘의 시선으로 되묻는다.

일상적 사물을 사진의 언어로 재구성하는 오상택(b.1970)은 익숙한 현실 속에서 낯선 감각과 서사를 발견한다. 대표작인 'Closet' 연작은 옷이라는 현실의 대상을 가상의 옷장 속에 배치하며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사물 본연의 존재와 사회가 부여한 의미는 그 사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난다.

 

유현경(b.1976)의 작업은 사람과 풍경, 일상의 대상을 매개로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기억과 감정을 담고 있다. 직관적인 붓질과 색채가 만들어내는 화면은 구체적 형상과 추상적 감각 사이를 오가며 대상이 남긴 분위기와 감각을 보여준다.

전원근(b.1970)은 색을 중심으로 추상회화를 전개해오고 있다. 반복적으로 색을 쌓고 닦아내는 과정을 통해 형성된 화면은 원과 격자, 선 등 간결한 형태와 어우러지며 깊이 있는 색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절제된 조형 언어 속에서 서로 스며드는 색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회화적 과정 속에서 이미지의 생성과 변화를 탐구하는 최인아(b.1990)는 우연과 의도, 구상과 추상이 한 화면 위에서 부딪힌다. 중첩과 삭제를 오가는 행위 속에서 형상은 떠올랐다가 다시 지워지고 화면은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잠정적인 서사와 가능성의 장으로 펼쳐진다.

 

《Point of View》는 본다는 것이 한 가지 방식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보기의 방식이 공존하는 자리에서 오늘의 동시대 미술을 살펴본다. 모든 이미지는 보는 방식을 담고 있다. 하나의 작품은 보이는 것을 옮겨놓은 결과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본 한 사람의 관점이 응축된 흔적이다. 그러니 묻게 되는 건 무엇을 보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았는가다. 아홉 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또한 수많은 관점 중 하나였음을 알아차리게 될지도 모른다.

갤러리JJ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30길 63)

관람시간: 화-토 11am-7pm (일, 월요일 휴관) www.galleryjj.org

문의: 02-322-3979 / galleryjjinfo@gmail.com / @galleryjj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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