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60x60cm, Oil on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130.3x162.2cm, Oil on canvas, 2013-16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48x47.5cm, Oil on Wood,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60x60cm, Oil on canvas, 2013
보자기가 품은 세 개의 공간
갤러리JJ의 2014년 가을 전시는 보자기를 매개로 세계와 소통하는 김시현의 개인전으로 마련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최신작을 소개하고 보자기의 극사실적 재현으로 주목받으며 충실하게 장인적 작업으로 일관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체계적으로 조망하였다.
정교하고 매끈한 물성의 화면은 일견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품격 있는 장신구의 세밀함이나 촉감적인 질감, 비비드한 색상으로 빠져들게 한다. 감싸진 물건의 형상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우리네 보자기의 정서와 색채로 가득한 이미지가 담겨있다. 김시현 작가는 보자기의 색상과 조형성,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보자기와 여성적 사물이 지닌 상징성 등을 세밀히 엮어 화면 속에서 새로운 의미체계를 만든다. 그럼으로써 소재의 조형구조를 드러내는 동시에 이차원 평면에서의 섬세하게 재현된 이미지의 서정성,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회화적 언어를 구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 속 사물들의 조형적 구조의 새로움과 아름다움에 주목하면서 전통이라는 상징성을 지나서 감각적 사물로, 혹은 추상적 색채 기호, 사유의 공간으로 바라보기를 제시한다. 더불어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의 한결같은 명제인 ‘The Precious Message’처럼 작품 속에서 혹은 그 너머에서 자신들만의 ‘소중한 메시지’를 찾아보기를 기대한다.
1. 안
작품을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은 보자기, 즉 물건을 감싸고 있는 표피다. 막상 가장 중요한 보따리의 내용물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상관없이 우리의 관심은 화려한 화관이나 비녀, 금박의 문양 등에 머문다. 이렇게 기표의 즐거움에 빠지는 동안 보자기에 에워싸고 기호화하는 의미는 훨씬 나중까지 연기되고, 이로써 물건의 존재는 상실되고 신기루가 된다. 눈길은 주변부를 맴돌고 정작 중심은 비워진다. 이것은 “포장된 꾸러미는 비어있는 것이 아니고 비워지는 것이다.” (바르트의『기호의 제국』중에서) 안은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사라진 개념이다. 현대철학자 바르트(Roland Barthes)는 과장된 자세의 인사, 과장된 포장꾸러미, 하얗게 분칠로 가려진 연극배우의 얼굴 등에서 중심 혹은 기호의 ‘텅 비어있음’을 발견했다. 위장하듯 덮고 또 덮음으로서 알맹이는 점차 사라지고, 그 사라짐은 다시 씌여지기 위함이다. ‘말하지 않음으로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실제로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은 부재의 부분에 메시지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오히려 강조가 된다.
품격 있고 화려한 장식으로 위장하면서 작가는 정작 말하려는 것을 말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그 기표일 뿐 그림 안에서 ‘The Precious Message 소중한 메시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문양의 우아함이나 비녀와 노리개 등 고급스러움의 시각적 장치들 속에 감추어짐으로써 오히려 그 의미는 극대화된다. 텅 빈 이미지 속에서 다시 기호들은 생산되고 우리는 그것들을 읽고 상상한다.
2. 보자기
보자기는 사물을 은폐하고 보호하면서 화려한 겉모습을 가지고 하나의 기호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고고하게 화면의 중심에 등장하는 보자기는 물건의 전달이나 보관, 혹은 화려한 수나 문양을 더하여 격식을 추구하는 독특한 한국적 정서에 여성적 사물의 상징적 의미가 더해진다. 소품들의 기호가 더해져 새로운 의미 체계가 형성되기도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보자기는 '소중한 메시지'의 기호를 조합하려 할 따름이다.
작가의 보자기는 엄마의 매끈매끈한 공단 이불보에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어릴 적 엄마가 이불보를 시치는 모습이 익숙한 환경에서, 넓게 펼쳐진 매끈매끈한 공단천의 느낌이나 차곡차곡 개켜놓은 이불과 베개가 겹겹이 무늬의 층을 이룬 모습을 보며 그 자체로 잘 어우러진 조형성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자기는 작가의 정체성과 내면세계로 통하는 소통도구로서 작동하며 한편, 작가는 이러한 전통성에 코카콜라나 명화 등 세계의 문화적 소재들을 접목하여 현대성을 보다 획득하거나 나아가 자연 혹은 세계를 품고자 한다.
위에서부터 내려다 본 시각을 가진 일련의 작품에서는 의미의 모방보다는 감각적인 추상화를 추구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지워지고 비워진 자리는 추상적인 기호들이 떠돌고 그 자리를 채운다.
3. 그 너머
화면 안에서 보자기는 마치 공간에 부유하듯 떠있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때로 작품 속 배경은 현실공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품 중 보따리의 형태대로 가장자리를 제거한 변형캔버스 작품들이 있는데, 핀란드산 자작나무를 다듬어서 만든 이것들은 그 자체로 오브제화 되어 현실 공간 속에 놓이게 되며 이로써 공간의 무한한 확장을 가져온다. 그리고 궁중에서나 씀직한 화관이나 비녀 등 고급스러운 장신구가 뜬금없이 보자기의 한 귀퉁이를 장식하기도 하면서 이러한 상징적 이미지들이 결합하여 다양한 의미의 층이 표현된다.
작가가 그려내는 환영적 공간은 보자기 이미지가 갖는 지시적 의미를 환기시켜주지만 이러한 시각적 장치나 매체적 특성이 갖는 요소들로 인해 깊이감이나 초현실적 느낌이 고조되어 문맥이 바뀐다. 이로써 그 이면에 담겨있는 메시지와도 마주치도록 유도하여 보자기라는 이미지 너머 사유의 틈을 만든다. 작가는 끊임없이 회화적 재현을 실험하며 그 너머를 보라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강주연 | 갤러리JJ 디렉터
The Three spaces embraced by Bojagi
Gallery JJ is delighted to present Bojagi by Kim Sihyun, showcasing the latest works that explore the artist's engagement with bojagi as a medium. This exhibition meticulously surveys Kim Sihyun's cohesive body of work, celebrated for its hyperrealistic depictions of bojagi and unwavering commitment to artisanal craftsmanship.
Kim's paintings feature intricately smooth surfaces that exude elegance and sophistication, inviting viewers into a realm of refined jewelry-like intricacies, tactile textures, and vivid colors. These images, rich with emotional and chromatic depth intrinsic to bojagi-wrapped objects, reflect Kim Sihyun's meticulous intertwining of bojagi's colors, forms, and the symbolic significance inherent in traditional Korean objects with feminine qualities. Through this approach, she constructs a new system of meaning within her canvases, revealing the material structure of her subjects while employing a painterly language that delicately recreates images on a two-dimensional plane.
In this exhibition, we invite viewers to move beyond the symbolism of tradition and perceive objects as sensory entities, abstract color symbols, or spaces for contemplation. Additionally, we encourage viewers to discover their own Precious Messages within the artwork, echoing the consistent proposition found in The Precious Message.
1. Interior
When peering into Kim's artworks, the cloth covering enveloping objects becomes the focal point. Despite concealing the contents of these significant parcels, whether splendid crowns, hairpins, or patterns of gold leaf, our attention is captivated by their symbolic presence. As we immerse ourselves in these symbols, the act of enveloping and symbolizing in cloth is postponed, transforming the existence of objects into a fleeting illusion. Our gaze wanders around the periphery while the center remains enigmatic, akin to Barthes' notion from "Empire of Signs" that "the packaged bundle isn't empty, but it's empty." Through disguise, essence gradually disappears, emphasizing that 'not talking about what you want to say through absence' can convey a message.
Adorned with dignified and splendid decoration, the artist delicately conceals while hinting at the unsaid. Symbols such as patterns, hairpins, and lorgnettes are shrouded within visual elegance, enhancing their meaning. Within these empty images, symbols are produced anew, inviting interpretation and imagination.
2. Bojagi
Bojagi serves a dual role of concealing and protecting objects while assuming symbolic significance. Prominently displayed at the center of Kim's canvases, the distinguished presence of cloth adds meaning to feminine objects with a uniquely Korean sentiment that prioritizes formality through the conveyance, storage, and embellishment of items with intricate designs. Props symbolically added create a new system of meaning, specifically integrating "The Precious Message."
Kim's bojagi draws inspiration from her mother's smooth, quilted bedding, reflecting childhood memories of watching her mother arrange quilts. The wide, smooth fabric and neatly folded bedding and pillows blended into a well-matched sculptural form, serving as both a communication tool connecting to the artist's identity and inner world. Moreover, Kim integrates global cultural elements such as Coca-Cola and masterpieces into this tradition, embracing modernity and encompassing nature and the world.
Viewed from above, a series of artworks with this perspective pursue sensory abstraction rather than mimicking meaning. Emptied and cleared spaces are filled with abstract symbols.
3. Beyond
Within the picture plane, the bojagi floats suspended as if in space, occasionally creating an unreal, surrealistic appearance. Backgrounds seamlessly transition into real-life spaces within the artworks. Among these works are modified canvas pieces, shaped like bundles and crafted from finely polished Finnish birch wood, transforming into objets d'art within real spaces and expanding the infinite dimensions of the environment. Luxurious accessories such as courtly headdresses or hairpins may unexpectedly adorn corners of the bojagi, combining these symbolic images to express layers of diverse meanings.
The artist's depiction of ethereal space revitalizes the indicative meaning conveyed by the bojagi image, heightening depth and surrealistic sensation through visual devices and material characteristics. This contextual shift encourages encountering underlying messages, creating contemplative gaps beyond the bojagi image. Continuously experimenting with painterly representation, the artist invites us to look beyond and perceive what lies beneath.
Juyeon Kang, Gallery JJ Director
edited by Brett Lee
WORKS ON VIEW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130.3x162.2cm, Oil on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100x100cm, Oil on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91x60.6cm, Oil on canvas, 2010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90.9x65.1cm, Oil on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80x80cm, Oil on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60x75cm, Oil on Wood, canvas, 2014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60x60cm, Oil on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41x53cm, Oil on canvas, 2012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41x53cm, Oil on canvas, 2011-52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41x53cm, Oil on canvas, 2011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40x47cm, Oil on Wood, canvas, 2013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60.5x75.6cm, Oil on Wood, canvas, 2012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55.5x81.5cm, Oil on Wood, canvas, 2012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52x53.5cm, Oil on Wood, canvas, 2012
김시현, The Precious Message, 52x53.5cm, Oil on Wood, canvas, 2012
BIOGRAPHY
김시현 Kim Sihyun
Education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인천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및 아트페어 24회
2014 이브갤러리 초대 개인전 (이브갤러리, 서울)
2013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서울)
수호갤러리 초대 개인전 (수호갤러리, 분당)
MBN'아름다운TV갤러리’2회 초대작가 (갤러리 일호, 서울)
2012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 전당, 서울)
부산국제아트페어 POST작가선정 (부산문화회관, 부산)
2011 롯데갤러리 기획초대 개인전(롯데갤러리, 안양, 광주)
세나아트갤러리초대 개인전(세나아트갤러리, 서울)
소울아트스페이스 초대 개인전(소울아트스페이스,부산)
2010 수호갤러리 초대 개인전(수호갤러리, 분당)
ART WAVE초대-소중한 메시지展 (토포하우스, 서울)
2009 세종갤러리 초대 개인전 (세종갤러리, 서울)
공화랑&아트게이트갤러리 기획초대전 (공화랑, 서울)
한국구상대제전 (예술의전당, 서울)
2008 골든아이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2004년~2007년 생략)
주요 단체전
2014 SHALL WE?展-갤러리엘르 초대그룹전(갤러리 엘르, 서울)
됴화 휘날리던 날-김남호 .김시현 2인전(브라운 갤러리, 서울)
페인티안 초대전(아라아트센터, 서울)
부산 아트쇼 (줌갤러리, 벡스코,부산)
화랑미술제 (유로갤러리, 코엑스, 서울)
ARTKIST 레지던시 입주작가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서울)
한국구상미술초대전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
2013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수호갤러리)
TAKE OFF KOREA전 N/S Project (네모 갤러리, 서울)
홍콩 뱅크아트페어 (샹그릴라호텔, 홍콩)
三色多感 전 (가모 갤러리, 서울)
Sweet Fortune 展 (롯데호텔 갤러리, 서울)
2012 전통, 현대와 만나다 展 (롯데갤러리 부산본점, 부산)
공존과 소통 展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 (코엑스, 서울 수호갤러리)
Their Story in REALISM (수호갤러리, 분당)
세 여류의 향기展-전명자, 김은옥, 신소영 (갤러리유로, 서울)
아트 칼스르헤 아트페어 (칼스르헤 메세,독일)
2011 1st Anniversary 展 (갤러리아 센터시티, 천안)
RED DOT MIAMI ART FAIR (Kips Gallery-수호갤러리, 미국)
WEST INSIDE EAST (Andrewshire Gallery-수호갤러리, LA)
극사실회화-눈을 속이다 展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SOAF-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수호갤러리, 서울)
Heroes!展 (가나아트부산, 부산)
100Pieces 전 (인사갤러리, 서울)
2010 INSA ART FESTIVAL 'ART to DESIGN' (인사아트센터, 서울)
unique & useful 전 (인터알리아, 서울)
서울옥션-White Sale (가나아트센터, 서울)
극사실주의 화가들展 (현대예술관, 울산)
부산비엔날레-한·중·일 극사실작가전(부산시청전시실, 부산)
방글라데시비엔날레-‘신사실주의, 그 새로운 공간’ (방글라데시)
공존II-근대를 지나 미래를 거닐다展 (갤러리 이즈, 서울)
chocolate box-세상의 모든풍경전 (장흥아트파크미술관, 장흥)
선화랑 개관33주년 기념展 (선화랑, 서울)
2009 한국현대미술의 흐름Ⅱ-극사실회화展 (김해문화의전당, 김해)
9-Emotion展 (동원화랑, 대구)
광주디자인비엔날레-더할나위없이展 (비엔날레전시관, 광주)
또 하나의 일상-극사실 회화의 어제와 오늘 (성남아트센터, 분당)
Peace Dream Arts Festival (CAS, 스페인)
한국현대미술독일전-마지막장벽 (Bonn여성미술관, 독일)
SOAF 서울오픈아트페어 (코엑스-사이아트갤러리, 서울)
Asian Art Top Show - 2009` Art Fair (북경, 중국)
2008 샘터 윈도우갤러리 개관기념초대전 (샘터갤러리, 서울)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한국의 리얼리즘展 (여수진남문예회관, 여수)
(단체전 200여회, 1996년~2007년 생략)
Collection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 서울시립미술관 /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
주일 한국대사관저 / 중동 예멘대사관 / 신용보증기금본사 /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저 / 한남더 힐 커뮤니티센터 / 바레인대사관 / 세종호텔 /
주)SAC / ㈜엘라스켐 / 호텔 프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