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변화하는 물리적, 문화적 환경의 변화가 있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잦은 이동으로 인해 나는 여러 개의 삶을 산 것과 같이 느껴졌고 그렇게 분산된 시공간에 대한 파편적인 기억들은 불연속적이고 추상적인 서사와 같았다. 세계를 이루는 모든 것이 불확정적이고 모호하다면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일 것이며 그것은 끝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순간과 찰나들의 중첩이 만들어가는 과정적 상태라는 생각은 나의 작업의 근간을 이룬다. 최근의 작업들은 순간과 변화, 경계에 대한 탐구로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풍경들로부터 상상된 서사가 시발점이 되었다. 
 
나의 작품은 고고학자가 유물을 발굴하는 것과 같이 화면 위에 펼쳐지는 ‘회화적 장면’들에서 발견되는 이미지들을 선택적으로 보관하고 저장해 이미지를 구축해 나간다. 경험되거나 상상된 서사의 파편 – 일상, 기억, 신화적 이야기 등 – 이 구체적인 계획 없이 물감을 흘리거나 에어브러쉬를 뿌리는 등의 자유로운 회화적 행위로 화면위에 옮겨지는 것에서 작품은 시작된다. 화면 위 면과 선들이 나타나고 중첩되었다 지워지며 불완전성과 우연, 실수를 동반하는 모순적인 관계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가 서서히 떠오르며 화면이 완성되어간다. 화면에 나타나는 양가적인 요소들 -기하학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들, 투명함과 불투명함, 평면성과 환영, 한색과 난색- 이 뒤섞여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의도한 것과 즉흥적인 것, 우연성이 서로 충돌하면서 결합되는 유동적인 회화적 과정을 통해 수많은 잠정적 순간들이 화면 위에 켜켜이 쌓여가고 시간은 축적되어 추상적 서사가 나타난다. 따라서 기존의 서사와 감각은 회화적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직관적이었던 것은 서서히 구상화 되고 구체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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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나의 작업은 이야기의 발전 구조와 같이 회화적 요소들이 ‘무한한 가능성의 장’에서 상호 교차되고 충돌하며 변화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지는 서사적 추상이며 잠정적 경계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시각적 항해(Navigate)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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